휴가를 활용한 '뇌 슬럼' 탈출기
8년 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AI 사용과 쇼츠, 게임 등 쉬운 자극에 익숙해지며 사고력이 둔해졌음을 고백하고, 시골 휴가를 통해 독서와 수학·물리 공부 등 '느린 활동'으로 뇌를 회복시킨 경험을 공유합니다. AI 시대에 개발자의 인지 능력 저하와 이를 되돌리는 실천법을 보여주는 개인 에세이입니다.
뇌 안개
내 뇌는 몇 년 전과 같지 않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했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특히 처음 몇 달 동안은 배우는 것도 많고 당시 경력으로는 거의 낯설었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문제를 풀다 보니 정신적 피로 때문에 퇴근하자마자 곧바로 잠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더 이상 그렇게 새로운 것도 없고, 일상적인 문제 해결은 정신적 소모보다는 시간을 들이기만 하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AI 사용이 더해졌다. 처음 몇 달보다 훨씬 생산적이라는 걸 알지만, 내 사고는 점점 느려지고 얕아지고 게을러지고 있다. 게다가 도파민은 휴대폰을 한 번 탭하면 언제든지 available하다. 쇼츠에는 시간과 노력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여기에 비디오게임, 코믹스/만화, TV 쇼 등까지 더해지면 말 그대로 지루할 틈이 없다.
독서
나에게 중요한 지표 하나는 (읽지 않는) 책의 양이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는 잠들기 전에 책을 탐독하곤 했다. 대학 시절에는 역사학 학부 과정 때문에 매주 1,200페이지 이상을 읽었다. 프로그래밍을 취미로 시작하면서 온라인 문서와 컴퓨터 과학/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책까지 더했다. 하지만 첫 직장을 다니면서는 너무 피곤해서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읽는 데 쓰긴 했지만 대부분 문서였다. 8년이 지났고, 그 이후로는 많이 읽지 못한 것 같다. 여전히 독서를 사랑하지만, 앞서 말했듯 책과는 잘 맞지 않는 온갖 유혹, 특히 잠들기 전의 뉴스 피드 스크롤(doomscrolling)에 빠져 있다.
휴가 중 '뇌 슬럼' 탈출하기
지난 1년간 뇌가 무뎌지는 것을 막고 두뇌를 더 명석하게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습관을 들이려 노력했다. 손글씨 쓰기(취미로도, 계획용으로도), 사이드 프로젝트 만들기, 그리고 이 블로그에 글 쓰기다. 어느 정도 좋아진 걸 느꼈지만, 여전히 내 사고력과 학습 능력은 8년 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이번 휴가는 뇌를 위해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었다.
우리는 시골에 사는 가족을 방문하고, 첫 주말에는 아내의 생일을, 다음 주말에는 장모님의 생일을 축하하며 휴가를 보냈다. 속도를 늦추고 키우고 싶은 새 습관에 집중하기에 완벽한 기회였다. 아주 느긋한 휴가였다. 개와 함께 자연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갓 태어난 망아지의 태반을 먹으려던 독수리들과 싸우는 말 무리를 목격하기까지 했다), 가족들과 마테를 마시며 어울렸고, 조카들과 보드게임, 축구, 로블록스(그래, 로블록스다)를 했다.
책
이번 휴가에는 두 권의 책을 가져갔다. 대학 시절을 회상하며 메리 비어드의 『SPQR』, 그리고 물리학을 조금 더 알고 싶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프란시스코 클라로의 『뉴턴에서 아인슈타인까지, 그리고 그 너머(De Newton a Einstein y algo más)』다. 두 권 모두 강력 추천한다.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2주 휴가 중 첫 주에 다 읽어버렸고, 그래서 새 책을 사야 했다. F. 스콧 피츠제럴드 단편 소설집과 『 atomic habits(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었다. 이 책들은 훨씬 빨리 읽혀서 둘째 주 초반에 끝냈다.
놀랍게도 그 주에 나는 이렇게 빠질 줄 몰랐던 새 취미를 하나 발견했다.
취미로서의 수학과 물리
『뉴턴에서 아인슈타인까지, 그리고 그 너머』에 나오는 수학적 증명과 설명을 읽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더 읽고 싶어졌다(말 그대로 'algo más', '그 너머'가 더 필요했다). 그래서 스튜어트의 『Calculus: Early Transcendentals』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 대수학과 삼각법 실력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어 그 부분부터 다시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