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자리 잃는 의사들, 남은 역할은 무엇인가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에제키엘 이매뉴얼과 벤처캐피털리스트 비노드 코슬라 등이 발표한 논문은 2030년까지 자율 AI가 의사 및 의사-AI 혼합 진료를 능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료 행위의 핵심 업무인 병력 청취, 진단, 검사 결정, 치료 처방, 만성질환 관리 전 영역에서 AI 단독 성능이 빠르게 의사를 추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의학협회(AMA) 등에서는 시뮬레이션 연구 한계와 환자-LLM 실제 상호작용 문제를 지적하며 인간 의사 배제에 반대하고 있어, 의료계의 역할 재정의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달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논문 제목의 물음표에 속아서는 안 된다. 의료계 슈퍼스타 에제키엘 이매뉴얼(Ezekiel Emanuel)과 벤처캐피털리스트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 등 저자들이 '자율 AI가 AI-의사 협진을 제치고 최고의 의료 서비스가 될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 이는 수사적인 질문이었다. 그들의 답은 단호한 '그렇다(YES)'이다.
의료계 다수는 마지못해, 의사가 잘 훈련된 AI 봇과 협진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환자가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 논문의 요지는 AI 단독으로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2024년 1월 1일 이후 의료 AI에 관해 발표된 모든 논문 검토 결과, 의학은 다섯 가지 근본적 의료 과제에서 AI 단독이 의사와 의사-AI 혼합을 능가하는 전환점에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고 썼다. 그 과제들은 병력 청취, 진단 확정, 필요한 검사 식별, 치료 처방, 만성질환 관리다. 그러니까 소위 '의사 노릇(doctoring)' 그 자체다. 저자들은 AI가 이미 충분히 뛰어나므로 의사들은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루프 안의 인간은 AI 성능을 저하시키기(humans in the loop degrade AI performance)" 때문이다. 비켜서시죠, 의사 선생님. AI가 알아서 할 테니. 예전엔 그게 당신 몫이었지만.
교신저자 이매뉴얼은 아리와 람의 형제이자 펜실베이니아대 의료윤리·보건정책학과 주임, 저명한 종양학자다. 그는 오랜 세월 AI가 핵심 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일축해왔다고 말했다. 2010년대 학회에서 코슬라를 만나면 이 VC는 2035년까지 AI가 의사 업무의 85%를 수행하게 될 거라는 얘기를 늘어놓았다. 코슬라가 오랫동안 고집해온 주장으로, 2012년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인가, 알고리즘인가?'라는(역시 수사적 질문) 글을 썼고, 2016년에는 같은 취지의 101쪽짜리 논문을 내기도 했다. 이매뉴얼은 "나는 엉터리라고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의사가 하는 일은 너무 복잡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약 1년 전, 이매뉴얼의 친구인 로버트 웩터(Robert Wachter)가 자신의 책 『거대한 도약(A Giant Leap)』의 교정본을 보내왔다. UCSF 의학부장인 웩터는 이 책에서 일류 의료는 AI와 의사의 협업 과정이 되겠지만, '이코노미 클래스' 대중은 대부분 AI 단독으로 진료받게 될 세계를 그렸다. 이매뉴얼은 코슬라가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소름 끼치는 질문이 떠올랐다. "AI가 의료를 장악하면, 의사에게 남는 일은 무엇인가?"
먼저 전제를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코슬라에게 공동 연구를 제안했고, 코슬라는 자신의 아들 닐 코슬라(Neal Khosla)와 이매뉴얼의 연구자가 참여하자고 했다. 닐은 AI로 환자를 진료하는 온라인 기업 큐라이 헬스(Curai Health)를 운영하며, 의사들을 고용해 약을 처방하고 복잡한 사안을 처리한다. (이해충돌은 논문에 명시돼 있으며, 비노드 코슬라의 관련 투자와 이매뉴얼의 각종 연구비·자문료도 함께 공개됐다.)
공동 저자들은 2024년 1월부터 현재까지 찾을 수 있는 모든 의료 AI 연구를 검토했고, 많은 경우 '우월한 자율 AI'가 2030년까지 AI를 활용하는 인간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이 예측이 "불편하지만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불편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가장 큰 반대 목소리 중 하나는, 자리가 사라질지 걱정되는 의사들을 대변하는 미국의학협회(AMA)의 CEO 존 와이트(John Whyte)다. 그와 대화했을 때 와이트는 먼저 논문의 한계를 지적했다. 조사한 연구 중 일부는 맹견 실험이 아닌 시뮬레이션이며, 모든 연구가 논문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2026년 2월 네이처(Nature) 논문은 실제 사례에서 대부분의 환자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전문성을 활용할 만큼 효과적으로 대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와이트가 임상 현장에서 인간을 배제한다는 발상에 발끈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T